말로 떠들지 않고 발로 뛰는 동사형 인간이 돼라!
만일 직장인 스스로가 “나는 회사의 부속품이다”라고 규정해버린다면 그 사람의 하루하루는 고단하기만 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투덜거리기만 하며 시간만 때우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에 비해 “나는 회사의 개혁자이자 창조자이다”라고 규정한 사람은 하루하루가 즐겁지 않겠는가. 이런 사람들은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친다. 나 자신이 나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행복과 만족’을 느낄 수도 있고, ‘불안과 권태’에 빠져 힘들 수도 있다.
대기업의 마케팅 임원까지 거친 전옥표 박사는 “직장인은 직장에서 일을 할 때 가장 즐거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직장인들이 게임을 할 때가 가장 즐겁고, 휴가를 갈 때가 가장 즐겁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자신을 프로 직장인으로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심리적 감옥’을 만들어 두면 인생의 낭패를 겪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 박사 자신의 경험담과 더불어 성공하는 직장인과 성공하는 조직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동사형 인간’을 통해 배움을 얻어 보자.
1. 명목만의 구호는 걷어치우고 실행계획을 세워 실행하라
전옥표는 한 지역의 디지털 제품 유통 책임자로 발령받았다. 발령 후 그 지역의 꼴찌지점에 방문해보니 형식적인 구호와 슬로건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형식에 갇혀 있는 현수막을 모두 다 들어내고, 전산 시스템에 개인별, 주간별 목표달성 계획을 구체적으로 쪼개서 입력하고 이를 실천하도록 유도했다.
영업하는 조직에서 현수막과 슬로건도 없다면 어떻게 동기부여 받을 수 있냐고 반발이 심했다. 그러나 그는 6개월 간은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좋으니 일주일에 3개 거래선 이상을 지점장들이 직접 방문하도록 요청했다.
단순히 지점을 방문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최소한 30분 동안은 머물면서 거래선의 고객 응대 모습과 영업실태를 자문해주고, 또한 획기적으로 지점장이 언제까지 무엇을 개선해나갈지를 매일 이메일로 적어서 세 줄 범위 안에서 문서로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변화를 실행한지 5, 6개월 만에 꼴찌지역이 상위권의 판매지역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2.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일하라
신입사원 시절 전옥표의 별명은 ‘일벌레’였다. 그 시절에는 모두가 그랬겠지만 일에 중독이 될 정도로 퇴근도 없이 밤늦도록 열심히 일만 했다. 그러다가 과장, 부장 시절에는 ‘오뚝이’라는 별명이 붙더니, 어느 순간에는 ‘전도사’, 또 어느 순간에는 ‘마케팅의 전설’ 등 별명이 다양해졌다.
그중에서도 신입사원 시절부터 상사들이 붙여준 애칭이 ‘전 박사’였다. 워낙 ‘전 박사’, ‘전 박사’하다 보니 잘 모르는 사람들이 박사로 입사한 줄로 착각하기도 했다. 그러한 별명들이 애칭이 되어 긴 세월이 지난 지금 어느덧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된다.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 이름을 걸고 일하라’는 이야기는 좁고 힘든 길이라도 자족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조금 더 행동해야 한다. 립 서비스만 주창한다고 저절로 평판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이름을 걸고 자기 스스로 명령하는 일과 고객이 원하는 가치 있는 일에 행동으로 다가서는 넉넉함을 하루하루 쌓아가야 한다.
3. 모든 비즈니스 문서는 한 장에 핵심을 담아라
신입사원 2~3년차였을 당시 전옥표는 보고서와 자료를 잘 만들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서를 보고는 ‘언제 이런 조사를 다 했느냐?’, ‘논문을 써왔다’면서 핀잔 아닌 핀잔을 주곤 했다. 그런데 그가 칭찬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항상 빠뜨리지 않은 한 장짜리 요약본 때문이었다. 그 많은 보고서나 전략기획서의 요지를 반드시 한 장 내지 두 장으로 압축하여 전면에 부착했던 것이다.
임원이 되어서는 보고서도 한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게 했다. 사실 가장 필요한 핵심만 이야기하면 한 페이지가 넘지 않는다. 보고를 위한 보고서가 아니라 고객을 위해 무엇을 바꿀 것인가에 집중하다보면 요란스런 준비물은 오히려 실행의 속도를 내는 데 장해가 된다.
4. 핵심적인 킹핀을 공략하라!
볼링을 해본 분들은 알겠지만 한방에 스트라이크를 치려면 반드시 5번 핀을 쓰러뜨려야 한다. 모름지기 조직의 리더라면 일을 지시하거나 문제해결을 할 때 반드시 이 킹핀을 찾아내 공략해야 한다.
전옥표가 현장에서 경영을 지도하면서 항상 강조하는 필생의 원칙 중 한 가지도 “리더들은 가능한 한 많이 고민하고, 부하들과 조직에게는 최대한 적게 미션을 주라”는 것이다.
그는 판매 부진이 거듭되는 한 지점의 데이터를 쭉 분석하다가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고가제품, 즉 TV나 컴퓨터 등의 판매비중은 전국 평균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지만 밥솥 등과 같은 소형 생활가전은 터무니없이 그 비중이 낮았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내방고객수나 구매고객수도 매출액 대비 다른 지역보다 현저히 적었다.
이후에 이 지역의 각 매장에 밥솥을 30개 이상씩 진열토록 지시하고 모든 밥솥에 1시간, 3시간, 5시간 경과라고 각각 표시해두는 것도 잊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고객들이 직접 시식을 해볼 수 있도록 권유했다.
직원들에게 밥통이라고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무심코 매장을 내방한 고객들이 밥솥에 지은 밥을 보고 신기해하다가 한두 번 밥맛을 보고는 그 자리에서 밥솥을 사가기 시작하면서 직원들도 놀랐다. 그렇게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여 처음엔 밥솥만 구경하러 온 손님들이 밥솥은 물론 TV나 냉장고 등도 구입해 가더니 그 수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이 지역의 모든 매장들은 3~4개월 후 최상위권의 매출을 달성하였고,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을 한다고 견학을 오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전자제품의 킹핀은 고가품이 아닌 전기밥솥이었던 셈이다.
5. 목표를 수치화하고 단순화하라
성공을 이룬 사람들은 수치로 나타내기 힘든 부문까지 전부 숫자로 목표를 설정한다. 그리고는 끊임없이 목표에 대한 진행사항을 알려주어 사람들에게 변화 중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한다. 그렇다. 목표를 세울 때 실행을 전제한 측정 포인트, 즉 숫자로 계량화하여 설정하는 것이 우선임을 명심해야 한다.
제 아무리 심사숙고 끝에 내린 미션이라도 구성원들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측정할 수 없다면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따라서 미션은 단순하고, 명확하고, 실천 가능해야 한다. 직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효과를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명확한 미션을 한 가지로 압축하여 정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면 ‘저녁 7시 이후로는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 ‘하루 30분씩 조깅을 한다’, ‘한 끼에 밥은 3분의 2공기만 먹는다’ 등의 행동으로 즉시 옮길 수 있는 동사형 미션을 계획으로 수립해두는 것이다.
6. 문제를 쪼개고 분석하고 구조화하라
전자제품 매장 연출에서 가장 우선시해야 할 점은 직원들의 선입견을 깨는 것이다. 대부분의 매장은 음악이나 인테리어 등 전반적인 분위기에만 신경을 쓴다. 그렇기 때문에 “잘되어 있네, 현대적인 감각의 인테리어야, 매장이 훌륭하군!” 등의 평가를 받는 곳이 많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고객 서비스는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전옥표는 진열된 MP3 플레이어 전 제품에 배터리를 항상 준비해서 언제든지 작동할 수 있도록 하고, 헤드폰도 늘 구비하여 고객이 원하면 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준비해두라고 이야기했다.
현란한 외양과 인테리어만으로는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한다. 고객은 자신이 보고자 하는 그것, 단 1미터씩만을 볼 뿐이다. 동사형 인간은 이 1미터를 놓치지 않는다. 쪼개고 분석하고 구조화하는 섬세함으로 고객으로 하여금 완전한 체험과 만족을 느끼게 하여 구매를 유도해낸다.
7. 현장에서 배워라
전옥표는 마케팅 책임자로 있을 때부터 현장 중심의 경영을 강조했다. 그는 아무 연락없이 갑자기 매장에 방문을 하곤 했는데 한 번은 매장 직원이 이전에도 방문한 경험이 있는 한 고객에게 열심히 20분이나 설명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고객이 돌아간 후 그는 직원에게 그 고객이 ‘왜 물품을 사려고 했는지, 어디 사는지, 고객의 이름은 무엇인지’ 등을 알고 있는지 물어봤다.
과거에 방문한 고객의 정보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점을 짚어내며 현장 중심의 개선 작업을 강조했다.
그는 현장 방문의 3가지 원칙을 주장한다.
1 혼자서 가라: 암행어사식 감시가 아니라 고객의 관점에서 현장을 보고 느껴라. 사실을 사실대로 왜곡되지 않게 보라.
2 30분 이상 한 곳에 머물러라: 최소한 30분 동안은 보고, 듣고, 느끼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라.
3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하라: 반드시 기록하고 생생하게 사진 등을 찍어둬라.
사실 성공하는 동사형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이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실행했느냐 못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조직을 바꾸려면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해 나가려는 실행력이 중요하겠다. 그것은 개인도 마차가지가 아닐까. 결국 성과를 내는 동사형 인간이란 부지런히 움직이며 원하는 결과를 창출해내는 실행력 높은 사람이다.
참고문헌 ‘동사형 인간’
정철상 인재개발전문가, 인재개발연구소 대표, 나사렛대학교 겸임교수
작성일: |
2010-10-11 |
- 출처 : 월간 혁신리더 2010년 10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