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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100만명 다녀간 '북한산 둘레길', 그곳서 만난 독립유공자

2010년 대한민국 여행의 화두는 '길'이다. 제주도 올레길을 시작으로 지리산 둘레길까지 사람들은 길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지난 8월에는 서울 북한산 주변으로 둘레길이 조성됐다. 이곳은 개방한지 두달만에 100만 명이 찾았고, 날씨가 추운 요즘도 주말이면 일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리고 있다. 사람들이 '길'에 빠져있는 이유, 북한산을 통해 알아보자.

 
둘레길에는 안내판이 잘 되어 있어 초행인 탐방객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한강 북쪽으로 크게 자리 잡은 북한산은 산세가 높고 웅장하여 예로부터 백두산, 금강산 등과 함께 대한민국 오악(五嶽)에 포함되는 오르기 힘든 산이다. 그러다보니 등산고수가 아닌 이상 북한산을 즐기기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둘레길이 개방되면서 등산초보들도 북한산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성북구에 사는 윤인하(21.여)씨는 등산이 처음이다. 친구들의 권유로 처음 북한산에 왔는데 둘레길을 거닐면서 "초보자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길이 잘 정리되어 편하게 등산할 수 있었어요"라며 산과 조금 친해진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북한산 둘레길은 기존의 샛길을 연결하고 다듬어서 북한산 자락을 완만하게 걸을 수 있도록 조성한 저지대 수평 산책로다. 또한 물길, 흙길, 숲길과 마을길 등 산책로 형태에 각각의 13가지 테마로 구성돼 있다.

북한산 둘레길 은평구 하늘길 구간. 험한 산길이 많지만 나무데크와 다리로 길을 연결해 편안한 산책이 가능하다. / 염동우 월간산 기자 _(이미지를 누르면 큰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3가지의 북한산 둘레길 중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수유 순례길이다. 수유역에서 마을버스 1번을 타고 통일교육원 앞에 내리면 입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헤이그밀사인 이준 열사묘역부터 순례길은 시작된다. 하늘을 향해 평화의 공을 들고 있는 '자유평화 수호의 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또 다른 열사들의 묘역이 있다. 지나가는 탐방객들은 "이런걸 보고 가야지"라며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열사의 묘역 앞에서 예를 갖추기도 한다.

순례길은 그 명칭처럼 초대부통령이신 이시영선생의 묘소, 조국을 위해 꽃다운 청춘을 바친 17위의 광복군 합동 묘소 등 모두 12기의 독립유공자 묘역이 조성돼 있다. 또 이곳은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잠들어 있는 4.19 민주묘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순례길 초입에 있는 '자유평화 수호의 상'

묘역을 천천히 둘러보고 나와 솔밭근린공원 방면으로 이정표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위로 소나무가 삐죽삐죽 튀어나온 다리를 만나게 된다. 옅은 강에 통나무와 솔가지를 이용해 임시로 만들어 놓은 섶다리를 본 떠 만든 다리다. 나이가 지긋하신 어른들은 섶다리를 지나면서 주변사람들에게 옛 기억을 풀어놓기도 모습도 보였다.

섶다리 뒤로는 이채롭게도 산자락에 탁구장이 조성돼 있다. 추운날씨에도 열심히 탁구를 치는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김순연(수유4동, 여)씨는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탁구동아리 회원들이 매일 이곳에 나와 열심히 운동을 하면서 자연도 즐기고 건강도 지키고 있어 너무 좋아요"라며 다른 회원가 열심히 연습이다.

순례길에 놓여있는 섶다리(위)와 탁구장(아래)

순례길은 비교적 완만하고 경사가 없어 노약자나 어린이들도 쉽게 다닐 수 있다. 이준열사묘역에서 솔밭근린공원 상단까지 총 2.3km의 순례길 구간은 1시간 정도면 둘러보는데 충분하다.
  
이밖에도 복원된 북한산성을 둘러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된다. 지난 1990년부터 복원을 시작한 북한산성은 올해 12월부터 서울 구간 5.5km 중 종로구 대남문을 중심으로 성북·강북구까지 3.5㎞ 구간이 조성됐다.

복원된 북한산성은 웅장했다. 가로로 길게 뻗은 산성은 마치 용의 몸통처럼 매끈하게 이어져 있다. 또 이곳은 등산객들에게 쉼터로 이용되고 있다.

최근 복원된 북한산성 중 대동문(위)과 용암문(아래)

성곽복원작업을 총괄하는 이범식 반장은 "산세가 험해 20년 동안 헬기가 왕복 1만여 회는 넘게 석재를 운반해왔다"며 "힘든 작업이 계속 되지만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후손들에게 전해줄 수 있어 긍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산은 서울시 강북구, 도봉구, 은평구, 성북구, 종로구에 걸쳐 있는 큰 산이라 어디서든 접근이 용이하다. 또한 등산과 걷기로 건강도 챙기고 복원되는 성곽과 둘레길마다 만날 수 있는 문화유산으로 역사 공부도 하는 일석이조의 트래킹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