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대화법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것은 ‘말’이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는 정서법상 관계 개선에 있어서 상당 부분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한 좋은 예이다. 말은 오해를 불러 일으켜 관계를 단절시키거나, 이해를 시킴으로써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게 할 수 있다. 더욱이 공인들의 말은 그 파급 효과가 크기에 가장 신중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 중의 하나이다. 여기서 필자는 다양한 화법을 크게 4가지 리더 유형에 따라 진단해 보았다.

먼저, 첫 번째는 브랜드 리더이다. 이들은 전략적 마케팅을 통해 자신을 ‘브랜드’화해 본인이 직접 조직의 홍보 수단이 되기도 하고, 그것을 조직의 경쟁력 및 이윤으로 연결시키는 리더이다. 트위터로 소통을 하는 두산의 박용만 회장이나 MC 강호동이 이런 경우에 속하며 이들은 레드(Red)의 화법을 갖고 있다. 레드의 성향을 가진 화자들은 열정적이고 유쾌하며 재미있다.

무대 체질인 브랜드 리더들은 퍼포먼스 능력이 뛰어나고 에너지가 넘친다. 창의적이고 유머있는 표현이 이들의 장점이긴 하지만 간혹 화제에서 벗어날 수 있으므로 논리적 접근 방식을 보완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과시나 분노를 자제하고 타인의 말을 참을성 있게 경청하는 것과 진지함을 보완하면 매력적인 화자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파워 리더. 이들은 뛰어난 통솔력과 결단력으로 조직을 이끄는, 책임감 강하고 추진력 있는 리더 그룹으로 블랙(Black)의 화법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 인물로는 도올 김용옥 선생이나 마틴 루터킹 목사이고, 대부분의 정계 리더들이 이 그룹에 속한다.

이들은 강한 어조, 확신에 찬 단어 선택으로 명확한 자기 주장을 펼치며, 크고 단호한 몸동작을 즐겨 사용한다. 의지가 강해 카리스마가 넘치지만 직선적 표현과 무게감으로 자칫 강압적으로 보일 수 있다.
따라서 미래지향적, 실용적으로 말하는 화법은 살리되 의견을 물어 보는 듯한 화법 구사로 상대방을 배려하고 편안하게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결단코’, ‘절대’, ‘반드시’와 같은 단호한 단어의 사용 역시 순화해야 한다. 아울러 유머 감각을 개발,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세 번째는 미래를 전망하고 혁신을 주도하는 비전 리더. 이들은 뛰어난 지적 능력과 통찰력으로 미래의 명확한 비전을 읽어내고, 실행 가능한 청사진을 제시하며 개혁을 주도해 나가는 리더로 블루(Blue)의 화법을 가졌다. 블루 화자들의 이미지 구성 요소는 다재다능, 이성적, 냉정, 분석적이며 스티븐 잡스나 손석희 교수가 이 유형에 가깝다.

차가운 논리와 설득력을 갖춘 이들은 이성적이고 객관적이며 대부분 목소리 톤이 낮고 변화가 적다. 많은 재계 CEO들이 이 유형에 속하며 이들이 즐겨 쓰는 말은 “그래서 결론이 뭐야?”라는 것. 차가워 보이는 이 유형의 화자는 다양한 표정 연습과 따뜻한 목소리 톤으로 ‘설명하는 듯한 화법’을 구사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상대를 불신하는 듯한 ‘되묻기 화법’ 역시 지양 해야 한다. 여기에 강약 조절로 활기를 부여한다면 최고의 커뮤니케이터가 될 수 있다.

네 번째는 꿈을 제시하고 그 꿈을 공유하는 서번트(Servant) 리더. 이들은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조직원들이 성장할 수 있게 도움을 주며, 그들의 실력과 노력을 최고로 이끌어내어 조직을 키워나간다. 이미지 구성 요소로는 인간적, 부드러운, 사려 깊음, 친절함으로 핑크(Pink)에 가까운 화법을 사용하고 안철수 교수나 이금희 아나운서 등이 이에 속한다. 따뜻한 유머와 재치로 현실적 중재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우회적 표현을 즐겨 쓰며 말의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 특징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단어 선택과 겸손한 화법은 상대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하지만, 자칫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흡입력이 적어 전달력이 떨어질 수 있다.
핵심을 논리적으로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퍼포먼스를 통해 청중 흡수력을 가미할 필요가 있다. 또 장황한 부연설명은 자칫 잔소리 하는 인상으로 비춰질 수도 있어 요점을 간결하게 정리해서 말하는 것이 좋다.

- 출처 : 월간 CHIEF EXECUTIVE 2011년 2월호 -